참교육 5화. 복잡한 마음
자존감 떨어지니 앞에 나와서 수학문제 풀게 하지 마세요
받아쓰기 틀린문제 빗금 표시말고 다른걸로 해주세요, 자존감 떨어지니까
하지마! 안돼! 그만! 이런 제지하는 말들은 하지 말아주세요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우리아이 편들어 주세요
지시. 명령 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주세요
인사는 두손 모으고 고개 숙이는 거 강요하지 마세요. 인사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가두시면 자존감 떨어집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시끄럽다고 야단치지 마세요. 의기소침해집니다
참교육 5화에서 학부모가 담임선생님께 보낸 메시지인데,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볍게 소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벼움이 교실 안에서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존감이라는 말을 이렇게까지 남용할 수 있구나 싶다. 수학 문제를 칠판 앞에서 푸는 것도, 받아쓰기 틀린 문제를 표시하는것도, 또래와 갈등이 생기는 것도, 시끄러운 교실에서 "조용히 하자"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다 "관계 속에서, 실수와 피드백을 통해 배우는 장면"들이다. 저 부모의 자존감 이라는건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 경험도 닿으면 안 된다라는 는 방어막처럼 쓰이고 있다.
- 틀리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 지적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 조용히 하라고 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 인사 예절을 알려줘도 자존감이 떨어진다.
자존감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과보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보호는 결국 아이를 세상과 마주치지 못하게 만든다.
-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우리 아이 편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도 시끄럽다고 야단치지 말라고 한다.
- 지시와 경계선은 모두 명령이 되고, 그 명령은 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나는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게 큰 문제같다.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저런장면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내 자녀도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실수할 것이고, 친구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선생님께 혼날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는 내 자녀가 선생님을 두려워만 하는 교실이 아니라, 선생님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교실에서 자랐으면 좋겠다. 동시에, 선생님도 아이를 "클레임의 대상"이 아니라,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지점을 위해서, 학부모인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내 감정 때문에 선생님을 함부로 몰아붙이지 않을 것. 아이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고, 선생님의 말도 들을 것. 내 아이만 옳다는건 아니라는것 드라마 속 교실은 화면 속 이야기로 끝나겠지만,우리 아이가 내일 들어가는 교실은 현실이다. 그 현실 안에서, 선생님도, 아이도 덜 다치게 만드는 선택을 부모인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언젠가, 저런 선 넘는 어른을 내 앞에서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드라마니까 화면을 보면서 욕하고, 속으로 "저런 인간은 진짜" 하며 끓어오르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그 학부모가 내 아이의 친구 부모일 수도 있고, 학원 원장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같은 회사 동료나 상사일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쏟아내고 "자존감" 같은 말을 방패로 쓰면서 상대를 몰아붙이고, 한 번도 자기 책임을 돌아보지 않는 어른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같이 소리를 지르며 감정 싸움을 할 것인가, 그냥 참고 돌아와서 집에서만 욕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 감정은 지키면서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내는 쪽을 선택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선생님이 불쌍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언젠가, 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내 자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실에서 아이로 앉아 있는 자녀가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 언젠가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어 저런 메시지를 밤마다 받으며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화면 속에서 진상 민원과 선 넘는 요구에 시달리던 그 선생님이 미래의 내 아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치 그 순간부터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불쌍하다라는 감정 뒤에는 내 아이가 저렇게까지 무너지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학부모로 서 있는 이 자리에서 교사를 대하는 태도를 특히 더 조심하고 싶다.

